발등은 아치 구조와 힘줄만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발 전체를 움직이고 느끼게 하는 전선(前線) 역할을 담당합니다. 특히 깊은곳을 지나는 깊은종아리신경(Deep Peroneal Nerve)과 피부 바로 아래로 올라오는 얕은종아리신경(Superficial Peroneal Nerve)은 발가락을 들고 내리며 지면의 자극을 감지하는 핵심 통신선입니다. 이 신경에 손상이 생기면 “발등이 찌릿하다”는 단순 불편을 넘어, 발끝이 끌리는 족하수(foot drop)·지속적 화끈거림·근력 저하로 삶의 질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초기에는 단순 타박상·피로감으로 오해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발등 신경 손상의 해부학적 배경, 주요 원인, 증상 구별법, 단계별 치료·재활 로드맵, 생활 관리, 전문 진료가 필요한 경고 신호까지 망라해 안내합니다. 독자 여러분이 필요할 때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최신 임상 근거와 재활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실제적 해법을 제시하니 끝까지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발등에서 시작되는 복잡한 신경 지형도
종아리 바깥쪽을 따라 내려온 공통종아리신경은 무릎 아래에서 얕은·깊은 가지로 갈라집니다. 깊은종아리신경은 발목 앞쪽 섬유뼈 통로를 지나 첫 번째 발허리뼈 사이로 들어가 발가락을 들어 올리는 전경골근·장지신근에 운동 신호를 보내고, 엄지와 둘째 발가락 사이 좁은 피부 띠에 감각을 제공합니다. 얕은종아리신경은 하퇴 근막을 뚫고 올라오며 장·단비골근을 움직이고 발등 대부분의 감각을 담당합니다.
문제는 두 신경이 모두 얕은 뼈·근막·인대 사이를 지나기 때문에 작은 부종·압박에도 쉽게 눌린다는 것입니다. 특히 얕은종아리신경은 사람마다 위치 변이가 큰데, 발목 앞 4~5 cm 지점에서 근막을 뚫고 나올 때 ‘병목 현상’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 지점이 바로 발등 신경 손상의 단골 압박 구역입니다.
발등 신경 손상을 부르는 주요 원인
발등 신경이 다치는 기전은 크게 외상·압박·내과적 요인으로 나뉩니다. 운동 중 상대 발에 차이거나 물건이 떨어지는 ‘둔상’은 신경주위 출혈·흉터를 남겨 만성 압박을 유발합니다. 달리기·축구처럼 발등을 반복 타격하는 스포츠, 끈을 세게 죄는 축구화·군화·하이킹 부츠 역시 얕은종아리신경을 눌러 감각 이상을 일으킵니다. 수술 후 깁스·부목·압박붕대가 과도하게 조여져 발생하는 iatrogenic(의인성) 손상도 빈번하며, 당뇨병·류머티즘·갑상샘기능저하증 같은 내과 질환은 신경 대사를 떨어뜨려 작은 자극에도 손상을 키웁니다.
깊은종아리신경은 전거비 인대 손상·거골하관절 염좌 후 생긴 섬유화 조직이 ‘터널’ 속 공간을 좁힐 때 잘 눌립니다. 이런 압박이 지속되면 발가락을 들 힘이 급격히 떨어지는 족하수가 나타납니다.
감각·운동 장애를 가르는 증상 스펙트럼
발등 신경 손상의 대표적 감각 증상은 저림·바늘찌르는 느낌·화끈거림입니다. 얕은종아리신경이 눌리면 발등 전체가 둔하게 아프거나, 하퇴 외측에서 발등까지 넓게 ‘띠 모양’ 감각 저하가 생깁니다. 깊은종아리신경이 문제일 땐 엄지-둘째 발가락 사이 좁은 부위만 콕 집어 무감각해지는 패턴을 보입니다.
운동 기능은 더 분명합니다. 깊은종아리신경 마비가 진행되면 발목·발가락을 위로 드는 동작(배측굴곡)이 약해져 걷다 보면 발끝이 바닥에 끌리거나 ‘쿵쿵’ 소리가 납니다. 의자에 앉아 발을 바닥에 댄 뒤 스스로 발끝을 10초 이상 들 수 있는지, 엄지 발가락을 다른 발가락과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체크하면 자가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증상이 밤에 심해지고 신발 끈을 느슨히 풀면 완화된다면 압박성 신경병증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계별 치료와 재활 로드맵
- 급성기(0~72시간): RICE 원칙에 nerve-care를 더해 얼음찜질(15분 적용, 45분 휴식), 다리 거상, 붕대는 여유 있게 감기
- 아급성기(3일~2주): 능동 운동으로 신경 활주 촉진, 유착 방지
- 3주차 이후: 등척성 수축 운동 및 저항 밴드 운동으로 근 위축 예방
- 3개월 후: 움직임이 4등급 이하일 경우 스테로이드 주사 또는 AFO 착용 고려
- 전족근막증후군 확진: 6개월 이상 회복 없을 시 신경 감압술 시행
일상 속 예방 및 관리 전략
- 신발 끈은 발볼 위쪽만 느슨하게 묶기
- 충격 흡수 인솔 사용
- 하퇴 근막 스트레칭과 폼롤러 마사지
- 운전 중 1시간마다 발목 돌리기
- 당뇨병 환자는 저당지수 식단과 식후 산책
반드시 전문 진료가 필요한 신호
- 족하수로 발끝이 끌리는 증상
- 감각 저하가 종아리까지 진행되거나 비대칭일 때
- 푸른색 변색과 새벽 통증
- 6주 이상 증상 지속 + 전도 속도 30% 이상 감소
마무리 제안
발등 신경 손상은 겉으로 멍 없이 시작돼도 감각 둔화와 근력 저하를 동반해 보행 패턴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부종과 염증을 억제하는 보호가 최우선이며, 이후에는 점진적 자극이 회복의 열쇠입니다. 신발 선택, 스트레칭, 혈당 조절 등 생활 습관 개선과 조기 진료를 병행하면 신경 재생을 앞당기고 재발도 막을 수 있습니다. 적절한 자기 관리와 의학적 개입이 맞물릴 때, 발끝 감각은 다시 살아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