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출퇴근길, 혹은 주말 나들이를 위해 운전대를 잡는 당신. 주차하려고 핸들을 꺾는데, 혹은 좌회전/우회전을 하려고 핸들을 돌리는데 갑자기 손바닥과 손가락이 '찌릿'하고 저려오는 경험, 해보신 적 없으신가요?
순간적으로 피가 안 통해서 그런가 보다, 혹은 내가 너무 긴장해서 핸들을 꽉 잡았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증상이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한 혈액순환 문제를 넘어 우리 손목이나 목의 신경이 보내는 중요한 '구조 신호'일 수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 - 손목터널증후군 (수근관증후군)
핸들을 돌릴 때 나타나는 손 저림의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원인은 바로 '손목터널증후군'입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이란? 손목 앞쪽의 작은 통로인 '수근관(손목터널)'이 여러 원인으로 좁아지면서, 이 터널을 지나가는 '정중신경'이 압박을 받아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정중신경은 엄지, 검지, 중지, 그리고 약지 절반의 감각을 담당합니다.
왜 핸들을 돌릴 때 심해질까? 핸들을 잡고 돌리는 동작은 손목을 꺾거나 손바닥에 압력을 가하는 대표적인 자세입니다. 이 자세는 이미 좁아져 있는 수근관을 더욱 압박하여 정중신경을 자극하고, 결국 손바닥과 손가락에 찌릿한 통증이나 저림, 감각 저하를 유발하는 것입니다.
주요 증상
찌릿한 저림이 엄지, 검지, 중지, 약지(일부)에 주로 나타난다. (새끼손가락은 저리지 않음)
밤에 잠을 자다가 손이 저리고 아파서 잠에서 깬다.
손을 탁탁 털면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된다.
점차 손의 힘이 약해져 물건을 자주 떨어뜨린다.
간단 자가진단 (팔렌 검사): 양 손등을 마주 대고 손목을 90도로 꺾은 자세를 1분간 유지했을 때, 손가락에 저림이나 통증이 나타난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습니다.
숨겨진 원인, '목'에 문제가 있을 수도? (경추 질환)
손목이 아닌 '목'의 문제로 인해 손이 저릴 수도 있습니다. 바로 '목 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나 '경추관협착증' 같은 경추 질환입니다.
목 디스크와 손 저림의 관계: 목뼈(경추) 사이의 디스크가 튀어나와 어깨를 거쳐 팔과 손가락으로 내려가는 신경 뿌리를 누르게 되면, 마치 전깃줄이 눌린 것처럼 손가락에 찌릿한 신호가 나타납니다.
왜 운전할 때 심해질까? 운전 중 무의식적으로 목을 앞으로 빼는 자세(거북목)나,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는 자세는 경추에 큰 부담을 줍니다. 이 자세가 장시간 유지되면서 눌려있던 신경이 더욱 자극받아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주요 증상 (손목터널증후군과의 차이점)
손 저림과 함께 목이나 어깨, 등, 팔 전체에 통증이나 저림이 동반된다.
고개를 뒤로 젖히거나 아픈 쪽으로 돌릴 때 증상이 심해진다.
손목터널증후군과 달리 새끼손가락까지 저리거나, 특정 손가락만 저리는 등 다양한 패턴으로 나타날 수 있다.
혹시 내가 너무 꽉? - 단순 혈액순환 문제
질환이 아닌 단순한 습관 때문에 손이 저릴 수도 있습니다. 특히 초보 운전자나 긴장을 많이 하는 운전자에게 흔합니다.
과도한 긴장과 압박: 핸들을 너무 꽉 움켜쥐는 습관은 손바닥의 혈관을 직접적으로 압박하여 혈액순환을 방해합니다.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손가락 끝까지 피가 잘 통하지 않아 저리고 찌릿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특징: 보통 손 전체가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느낌이 들며, 핸들에서 손을 떼고 몇 번 털어주면 금방 증상이 사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찌릿한 손, 어떻게 예방하고 관리할까?
운전 중 손 저림을 예방하고 완화하기 위한 생활 속 솔루션입니다.
올바른 운전 자세 유지
의자를 너무 멀리하지 말고, 핸들을 잡았을 때 팔꿈치가 살짝 굽혀지는 정도로 조절합니다.
손목이 꺾이지 않도록 핸들의 9시와 3시 방향을 가볍게 감싸 쥐는 것이 좋습니다.
어깨와 팔의 긴장을 풀고, 핸들을 꽉 쥐기보다 안정적으로 잡는다는 느낌으로 운전합니다.
주기적인 스트레칭
신호 대기 중이나 휴게소에 들렀을 때, 틈틈이 손목과 목 스트레칭을 해주세요.
(손목) 깍지를 끼고 앞으로 쭉 뻗거나, 한 손으로 반대편 손가락을 잡고 손목을 위아래로 부드럽게 당겨줍니다.
(목) 고개를 천천히 좌우, 앞뒤로 움직여주고 원을 그리며 목 주변 근육을 이완시켜 줍니다.
손목 보호대 착용: 손목터널증후군이 의심된다면, 운전 시나 잠을 잘 때 손목을 중립 위치로 고정해 주는 손목 보호대(부목)를 착용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
결론
운전 중 손이 찌릿한 증상은 대부분 '자세가 안 좋아서', '피가 안 통해서' 그런 가벼운 문제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몸의 신경이 보내는 구조 요청 신호, 즉 손목터널증후군이나 목 디스크가 숨어있을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스트레칭과 자세 교정 후에도 증상이 반복되거나 ▲밤에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는 일이 잦고 ▲손에 힘이 빠져 물건을 떨어뜨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를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무시하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