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갑자기 엄지발가락이 타는 듯이 아파서 잠에서 깬 적이 있으신가요? 발가락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바람만 스쳐도 아플 정도로 극심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통풍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과거에는 '왕의 병', '부자병'이라고 불렸던 통풍은 이제 더 이상 특정 계층만의 질환이 아닙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생활방식의 변화로 젊은 층에서도 급증하고 있는 통풍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통풍이란 무엇인가?
통풍은 혈액 내 요산 수치가 높아지면서 요산 결정이 관절과 주변 조직에 쌓여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통풍'이라는 이름은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의미에서 유래했으며, 실제로 환자들은 이불이 살짝 닿기만 해도 참을 수 없는 통증을 호소합니다.
요산은 퓨린이라는 물질이 대사되면서 생기는 최종 산물입니다. 정상적으로는 신장을 통해 배설되지만, 요산이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배설이 잘 되지 않으면 혈중 요산 농도가 높아집니다. 혈중 요산 농도가 7.0mg/dL를 넘으면 고요산혈증이라고 하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요산이 결정화되어 관절에 침착됩니다.
통풍의 단계별 진행 과정
통풍은 크게 네 단계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 단계는 무증상 고요산혈증으로, 혈중 요산 수치는 높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 시기에는 대부분 자신이 고요산혈증인지 모르고 지나가며, 수년에서 수십 년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급성 통풍 발작입니다. 갑자기 극심한 관절 통증이 시작되며, 주로 한밤중이나 새벽에 발생합니다. 엄지발가락이 가장 흔한 발병 부위이고, 발목, 발등, 무릎, 손목, 손가락 등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관절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열감이 느껴지며, 건드리기만 해도 극심한 통증이 발생합니다. 보통 3일에서 10일 정도 지속되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데,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병원을 찾지 않고 방치하게 됩니다.
세 번째 단계는 간헐기 통풍입니다. 첫 발작 후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고 정상처럼 보이는 시기로, 몇 개월에서 몇 년까지 지속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체내에서는 계속 요산 결정이 쌓이고 있으며, 치료하지 않으면 발작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통증도 더 심해집니다.
네 번째 단계는 만성 결절성 통풍입니다. 반복되는 발작으로 관절이 변형되고 통풍 결절이 생기는 단계입니다. 통풍 결절은 요산 결정이 덩어리로 뭉쳐 피부 밑에 혹처럼 만져지는 것으로, 귀, 팔꿈치, 손가락, 발가락 등에 나타납니다. 만성 신부전이나 요로결석 같은 합병증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통풍의 주요 원인
통풍 발병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식습관입니다.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요산 생성이 증가합니다. 육류, 특히 내장류에는 퓨린이 매우 많이 들어있고, 등푸른 생선인 고등어, 정어리, 참치도 퓨린 함량이 높습니다. 조개류와 갑각류, 특히 새우와 게도 주의해야 합니다.
알코올 섭취는 통풍의 대표적인 위험 요인입니다. 알코올은 요산 배설을 방해하고 퓨린 대사를 촉진하여 요산 수치를 높입니다. 특히 맥주는 퓨린 함량도 높아 통풍 환자에게 가장 나쁜 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주나 위스키 같은 증류주도 요산 배설을 방해하며, 와인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지만 과량 섭취하면 문제가 됩니다.
비만과 대사증후군도 중요한 원인입니다. 체중이 증가하면 요산 생성이 늘어나고 신장의 요산 배설 능력이 감소합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 구성 요소들은 통풍 발병 위험을 높이며, 인슐린 저항성도 요산 배설을 방해합니다.
신장 기능 저하는 요산 배설을 직접적으로 감소시킵니다. 만성 신질환 환자는 통풍 발병 위험이 높으며,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신장 기능이 감소하기 때문에 중장년층에서 통풍이 더 흔합니다.
유전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가족 중 통풍 환자가 있으면 발병 위험이 2-3배 높아지고, 특정 유전자 변이는 요산 대사에 영향을 줍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발병률이 약 10배 높은데, 여성은 에스트로겐이 요산 배설을 촉진하기 때문에 폐경 전에는 통풍이 드물지만 폐경 후에는 발병률이 증가합니다.
일부 약물도 요산 수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이뇨제는 요산 배설을 감소시키고, 저용량 아스피린도 요산 배설을 방해하며, 면역억제제나 항암제도 통풍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통풍의 주요 증상
급성 통풍 발작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극심한 관절 통증입니다. 환자들은 '발가락을 망치로 맞는 것 같다', '뼈가 부서지는 것 같다'고 표현하며, 주로 밤이나 새벽에 갑자기 시작됩니다. 30분에서 2시간 내에 통증이 최고조에 달하고, 움직이지 않아도 심한 통증이 계속됩니다.
관절 부위가 빨갛게 변하고 광택이 나며, 만지면 뜨겁게 느껴집니다. 심하게 부어올라 신발을 신을 수 없거나 걸을 수 없게 되고, 엄지발가락 외에도 발목, 무릎, 손목 등 여러 관절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전신 증상도 동반될 수 있습니다. 발열이나 오한이 생기고, 피로감과 무력감을 느끼며, 심한 경우 식욕 부진이나 두통도 나타납니다.
만성화되면 통풍 결절이 생깁니다. 피부 밑에 딱딱한 혹처럼 만져지고, 하얀색이나 노란색으로 보이며, 관절 변형과 운동 제한이 발생합니다. 터지면 하얀 치즈 같은 물질이 나오기도 합니다.
통풍의 진단 방법
통풍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여러 검사가 필요합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관절액 검사입니다. 주사기로 관절액을 뽑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바늘 모양의 요산 결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통풍의 확진 방법이지만, 침습적인 검사라서 모든 환자에게 하지는 않습니다.
혈액 검사를 통해 요산 수치를 측정합니다. 남성은 7.0mg/dL 이상, 여성은 6.0mg/dL 이상이면 고요산혈증으로 판단합니다. 하지만 급성 발작 시에는 요산 수치가 정상으로 나올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염증 수치인 CRP, ESR도 함께 확인하고, 신장 기능 검사도 병행합니다.
영상 검사도 유용합니다. X-ray로 관절 변형이나 요산 침착을 확인할 수 있고, 초음파 검사는 요산 결정과 통풍 결절을 민감하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CT 검사는 요산 결정을 더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통풍의 치료 방법
급성 발작 시에는 우선 통증과 염증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를 사용하는데, 인도메타신, 나프록센 등이 주로 처방됩니다. 발작 초기에 빨리 복용할수록 효과적이며, 위장 장애 같은 부작용에 주의해야 합니다.
콜히친은 통풍 치료의 전통적인 약물로, 요산 결정으로 인한 염증 반응을 억제합니다. 발작 초기 12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가장 효과적이지만, 설사나 구토 같은 소화기 부작용이 흔합니다.
스테로이드는 NSAIDs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대안이 됩니다. 먹는 약이나 주사제로 사용되며, 단기간 사용으로도 효과적이지만 장기 사용 시 부작용이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급성기가 지나면 요산 수치를 낮추는 장기 치료를 시작합니다. 알로푸리놀은 가장 널리 사용되는 요산 강하제로, 요산 생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합니다. 처음에는 낮은 용량으로 시작해서 서서히 증량하며, 평생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페북소스타트는 알로푸리놀의 대안 약물로, 신장 기능이 나쁜 환자에게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프로베네시드는 신장의 요산 배설을 촉진하는 약물이지만, 요로결석이 있으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급성 발작 중에는 요산 강하제를 새로 시작하거나 용량을 변경하면 발작이 악화될 수 있어, 발작이 완전히 가라앉은 후 2-4주 뒤에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이요법과 생활습관 관리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은 피해야 합니다. 내장류인 간, 곱창, 선지는 가장 피해야 할 음식이고, 육류는 적당량만 섭취하되 국물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등푸른 생선은 일주일에 1-2회 정도로 제한하고, 조개류와 새우, 게는 적게 먹어야 합니다.
반대로 권장되는 음식들도 있습니다. 저지방 우유와 유제품은 요산 배설을 촉진하고, 체리는 항염 효과가 있어 통풍 발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커피도 적당량 섭취하면 요산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채소는 퓨린이 있어도 통풍 위험을 높이지 않습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루 2리터 이상 마시면 요산 배설이 촉진되고, 요로결석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단, 과당이 많은 음료는 피해야 합니다.
알코올은 가능한 한 피하거나 최소화해야 합니다. 맥주는 절대 피하고, 소주나 양주도 제한하며, 와인은 소량만 허용됩니다.
체중 관리도 필수적입니다. 비만이면 천천히 체중을 감량하되, 급격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요산 수치를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한 달에 2-3kg 정도의 서서한 감량이 적절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한 체중을 유지해야 합니다.
스트레스 관리와 충분한 수면도 중요합니다. 스트레스는 통풍 발작을 유발할 수 있고, 수면 부족도 요산 대사에 영향을 미치므로 하루 7-8시간의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통풍의 합병증
통풍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관절 손상과 변형이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 반복되는 발작으로 관절 연골이 파괴되고 뼈가 손상됩니다. 관절이 변형되어 정상적인 움직임이 어려워지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줍니다.
요로결석도 자주 발생합니다. 신장이나 요로에 요산 결정이 쌓여 결석이 만들어지고, 극심한 옆구리 통증을 유발하며, 신장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만성 신부전은 장기간 고요산혈증이 지속되면 신장 조직이 손상되어 발생합니다. 신장 기능이 점진적으로 악화되고, 심한 경우 투석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 증가합니다. 통풍 환자는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이 높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통풍에 대한 오해와 진실
많은 사람들이 통풍은 노인병이라고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30-40대 젊은 층에서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음주 문화, 비만 증가가 주요 원인입니다.
통풍 발작이 가라앉으면 완치되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없어도 체내에는 계속 요산이 쌓이고 있으며, 치료하지 않으면 더 자주, 더 심하게 재발합니다.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또한 고기만 안 먹으면 된다는 오해도 있지만, 식이요법만으로는 요산 수치를 충분히 낮추기 어렵습니다. 음식 조절로는 요산의 약 10-20%만 줄일 수 있고, 약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민간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도 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진료와 처방에 따라 치료해야 합니다.
마무리
통풍은 적절히 관리하면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 생활습관 개선이 핵심입니다. 한 번 발작을 경험했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물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식이요법과 금주, 체중 관리 등 생활습관 개선도 함께 실천해야 합니다. 증상이 없어졌다고 해서 임의로 약을 끊어서는 안 되며, 정기적인 검진으로 요산 수치를 모니터링하고 합병증을 예방해야 합니다.
통풍은 더 이상 '왕의 병'이 아니라 현대인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환입니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의심 증상이 있을 때는 지체 없이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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