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밥 제거 후 가려움, 정상일까요?
수술 후 상처가 아물어 실밥을 제거하면, '이제 끝났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실밥을 제거한 이후에도, 혹은 실밥을 뽑은 직후부터 가려움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어 당황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전보다 더 가렵다고 호소하기도 하고, 며칠간 수면을 방해받을 정도로 불편함을 겪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흔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단순히 '상처가 아물고 있어서 그런 것'이라는 말은 표현상 맞을 수는 있어도, 그 안에 숨은 생리적·신경학적 이유를 설명하긴 부족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밥을 뽑은 후 가려움이 왜 더 심해지는지, 어떤 생체 반응과 관련이 있는지, 가려움이 어느 수준에서 경계가 필요한지, 그리고 긁지 않고 안전하게 완화하는 방법까지 단계별로 정리해드립니다.
실밥이 제거되면 ‘방해 요인’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봉합된 상처는 물리적으로 봉합사(실)에 의해 조직이 잡아당겨진 상태에서 회복됩니다. 이때 피부 아래에서는 세포 분열과 콜라겐 생성, 염증 반응, 신경 말단 재생 등이 동시에 진행됩니다. 봉합사는 일종의 ‘외부 구조물’로 작용하기 때문에, 피부가 재생되는 과정에서 완전히 자기 조직만의 상태를 회복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실밥을 제거하면, 그동안 봉합사가 제공하던 인공적 압력과 고정이 사라지면서 조직이 다시 확장되거나 미세하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때 조직 재배치와 신경 민감화가 순간적으로 증폭될 수 있으며, 그 결과로 가려움이 갑자기 증가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특히 제거 직후에는 봉합사로 인해 눌려 있던 피부층이 외부 자극에 노출되며, 마찰이나 공기 접촉, 체온 변화 등으로 신경이 반응을 일으키기 쉬운 상태입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히스타민, 인터루킨 같은 염증 관련 물질들이 아직 남아 있어, 조금만 자극을 받아도 가려움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밥이 사라졌다고 해서 조직의 재생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외견상 상처가 닫혔더라도, 피부 깊숙한 진피층, 신경층, 결합조직은 여전히 회복 중입니다. 실밥 제거는 겉보기에는 완결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조직 회복의 중간 단계에 불과합니다.
신경 민감도와 마찰, 건조함이 복합 작용합니다
실밥을 제거한 부위는 대개 피부 표면이 매끄럽지 않으며, 아주 미세한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신경 말단이 다시 연결되거나, 피부 감각이 돌아오는 시점에 과도한 소양감(가려움)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이 현상은 의학적으로 신경재생성 가려움(neurogenic pruritus)으로 분류되며, 일반적인 피부염과는 달리 겉으로는 아무런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속에서 가려움이 유발됩니다.
또한 실밥 제거 후에는 해당 부위가 실 외에 처음으로 마찰이나 공기 접촉을 경험하는 시점이므로, 피부 장벽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조하거나 자극적인 환경에 노출되면 더욱 가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실밥 주변이 아직 각질화되지 않았거나, 진피층의 수분 유지 기능이 미약한 경우, 보습 기능이 떨어지면서 자극에 민감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실밥을 뽑은 직후, 다음과 같은 환경에서 가려움을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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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부가 의류나 이불에 계속 마찰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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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부위에 직접 바람이 닿거나 건조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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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 후 피부가 당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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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변화가 심할 때 (특히 겨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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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
이처럼 물리적 자극 + 건조함 + 신경 민감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실밥 제거 후 가려움은 더 쉽게 발생하고 강도도 커질 수 있습니다.
실밥 제거 후 가려움, 언제 병원에 가야 할까요?
실밥 제거 후 일시적인 가려움은 대부분 정상적인 회복 과정이며, 특별한 조치 없이도 3~7일 이내에 완화됩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단순한 회복 반응을 넘어선 이상 소견일 수 있으므로, 병원 진료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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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움과 함께 붉은 발진, 두드러기, 부종이 동반될 때
→ 봉합사 알레르기 또는 이차 감염 가능성 -
상처가 다시 벌어지거나 진물이 나오는 경우
→ 상처 미세감염 또는 봉합 불량의 신호 -
가려움이 극심해 밤잠을 설칠 정도거나, 점점 강해질 때
→ 신경계 이상 감각, 과민화 가능성 -
긁어서 출혈, 흉터 비후, 착색이 생겼을 때
→ 상처 관리 실패로 인한 2차 흉터 위험 -
가려움이 수주 이상 지속될 경우
→ 비후성 반흔, 켈로이드, 신경종 등 가능성
이런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연고, 국소 마취제, 실리콘 연고 또는 신경안정제 등이 병원에서 처방될 수 있으며, 필요시 피부과, 외과, 신경과의 협진도 고려됩니다.
실밥 제거 후 가려움, 이렇게 관리하세요
가려움은 무조건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적절한 관리와 대응을 통해, 회복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불쾌감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실밥 제거 후 가려움을 줄이기 위한 실용적인 관리법입니다.
① 냉찜질로 신경 진정 유도
찬물에 적신 거즈를 5~10분간 환부에 살짝 대는 방식으로, 혈류를 줄이고 신경 자극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 있습니다.
② 무향 보습제 또는 의사 추천 연고 사용
피부가 건조할수록 가려움은 심해지므로, 하루 2회 이상 보습제 도포가 필요합니다. 스테로이드 연고는 자극이 심하거나 발적이 있을 때 단기간 사용합니다.
③ 실리콘 시트 또는 실리콘 젤 도포
이 제품들은 피부 장벽을 보호하면서 수분을 유지하고, 흉터 예방 효과와 가려움 완화 효과까지 있어 추천됩니다.
④ 자극이 적은 옷차림과 환경 유지
환부를 계속 자극하는 옷(레이스, 울, 타이트한 소재)을 피하고, 통기성과 흡습성이 좋은 소재를 선택하세요.
⑤ 긁지 않도록 물리적 방어
무의식 중 긁지 않도록 면장갑을 끼고 자기, 손톱을 짧게 유지하는 것도 매우 실용적인 예방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