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앉으면 아픈 이유 – 항문통증과 좌골신경의 연관

앉기만 하면 아픈 항문, 단순 치질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앉았을 때 항문이 아프면 '치질이 재발했나?' 또는 '방석이 문제인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치질이나 염증이 없는 상태에서도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앉는 자세에서만 통증이 유발되거나, 자세를 바꾸면 완화되는 경우에는 신경과 근육이 관여된 기능성 항문통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항문은 단순히 피부와 괄약근만 있는 구조가 아니라, 그 주위에 골반저 근육, 신경, 인대, 혈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부위입니다. 이 중에서도 좌골직장근(levator ani muscle)과 좌골신경(sciatic nerve)의 기능과 연결은 앉았을 때 느끼는 항문 깊은 통증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앉기만 하면 항문이 아프다'는 증상에 대해, 신경학적, 근골격계 관점에서 원인을 분석하고,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병원을 방문해야 하며, 일상 속에서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지를 상세하게 안내드립니다.


좌골직장

좌골직장근과 항문 주변 신경의 해부학적 연결

사람의 항문은 단순히 구멍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골반저 근육군(Pelvic floor muscles)에 의해 지지되고 조절됩니다. 이 근육군 중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좌골직장근(levator ani)입니다. 이 근육은 항문을 들어올리는 힘을 조절하며, 배변, 소변, 성기능, 자세 유지에 모두 관여하는 중요한 구조입니다.

좌골직장근은 천골과 치골 사이에 위치하며, 항문을 중심으로 U자 형태로 감싸고 있습니다. 이 근육은 항문 괄약근과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지속적인 긴장 상태가 유지되면 항문 내부에 깊은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시간 앉아 있는 직장인, 운전자, 학생들 사이에서 자주 관찰됩니다.

한편, 이 부위에는 좌골신경의 가지, 회음신경(pudendal nerve)도 지나갑니다. 회음신경은 항문 주변 감각을 담당하는 주요 신경으로, 압박되거나 민감해지면 화끈거림, 찌릿함, 저림, 가려움 또는 ‘무언가 끼어 있는 듯한 감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았을 때만 통증이 있다'면, 이는 직접적인 상처나 염증이 아닌, 근육과 신경의 긴장, 압박, 과민 반응에 의한 기능성 통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증상일 때 신경성 통증을 의심해야 할까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면, 단순 치질이 아닌 신경성 항문통증(levator ani syndrome, pudendal neuralgia)일 수 있습니다.

  1. 앉아 있을 때만 통증이 있다.
    → 서 있거나 누우면 통증이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2. 항문이 아니라, 깊은 안쪽이 뻐근하고 눌리는 느낌
    → 외부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내부에서 둔한 압통이 느껴짐

  3. 찌릿하거나 화끈거리는 통증이 지속된다.
    → 신경이 관여된 경우 특유의 ‘타는 듯한’ 감각이 동반

  4. 가만히 있어도 항문에 이물감이 느껴진다.
    →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는데 ‘끼어 있는 느낌’이 지속됨

  5. 배변과 무관하게 통증이 있고, 심하면 다리까지 당긴다.
    → 좌골신경 가지가 압박될 경우, 엉덩이~허벅지 뒤까지 통증 방사 가능

이러한 증상은 외관상으로는 이상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본인조차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기능성 항문통증으로, 정형외과, 항문외과, 신경과의 협진이 필요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치료와 관리 – 수술보다 생활 습관 교정이 중요합니다

신경성 항문통증의 치료는 약물보다는 자세, 근육 긴장 완화, 생활 습관 조절이 중심이 됩니다. 병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치료를 병행합니다.

① 자세 교정과 물리치료

  • 무릎이 엉덩이보다 낮은 자세, 허리를 곧게 펴는 자세가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 물리치료를 통해 골반저 근육 이완, 혈류 개선, 좌골신경 압박 해소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② 약물 치료

  • 신경성 진통제(가바펜틴, 프레가발린), 근이완제,

  • 염증이 있을 경우 NSAIDs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등을 사용합니다.

③ 스트레칭과 호흡법

  • 고양이 자세, 다리 꼬지 않기, 바닥에서 무릎 접기 등의 스트레칭

  • 심호흡, 복식호흡은 자율신경 안정에 도움을 줍니다.

④ 방석 사용 요령

  • 도넛형 방석은 항문 중심을 비워주어 압박 최소화

  • 너무 부드러운 방석은 오히려 불균형 압력으로 통증 악화 주의

⑤ 좌욕 및 온찜질

  • 항문 주변 근육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하루 1~2회 미온수 좌욕

  • 단, 열감이 있을 경우에는 냉찜질로 대체

이러한 방법을 2~4주 이상 적용해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신경 차단술, 보툴리눔 주사, 고주파 치료 등 중재적 처치도 고려됩니다. 단, 수술은 마지막 단계 치료법으로, 구조적 이상이 확실할 때만 진행됩니다.